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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김이나의 작사법 / 김이나





평소 연애 프로그램에 나온 김이나님을 보고, 어쩜 저렇게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감성적인데 말까지 잘할까? 생각했던 적이 많다. 그 프로그램의 미묘한 감정선을 혼자만 읽어내거나, 그런 감정 표현을 아주 적합한 말들로 풀어내는 것도 신기해서, 그녀가 말할 때는 늘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었다.
그런데 내 인생의 띵곡들에 그녀가 함께 했다니 신기하고도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녀가 작사했덕 곡들이 소개되면서, 그런 가사가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들려주는데, 많이 들어온 노래였음에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실 평소에는 그냥 음악의 리듬과 분위기에만 집중했었다. 정확한 가사는 모른채 음을 흥얼거리거나, 그냥 생각나는대로 부르다가 내맘대로 개사해서 부른 적도 많다. 그런데 그 가사를 써내려가는 김이나님의 노력을 알고, 그렇게 지나왔던 노래들을 다시 재생해서 들어보니, 완전 다른 곡이다. 내가 이 좋은 곡들에다가 뭔짓을 한건지.


글로 밥벌이를 하는 분이기에, 그녀에게 좋은 글은 그저 잘팔리는 곡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작사에 임하는 그녀의 자세를 보면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도 싶은데, 그녀는 그냥 세상의 멋진 단어를 갖다가 그럴싸하게 나열하는 게 아니고, 곡의 분위기와 가수와 작곡가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작사해나가기 떄문이다.

그냥 사랑노래에 흔히 쓰이는 ‘사랑해’라는 말도, 몇구절을 반복하고 어떤식으로 나열되느냐에 따라서 전달되는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것도 신기했다.
젊은 여가수의 ‘사랑해’와 젊은 남가수의 ‘사랑해‘가 다른 느낌이었고, 남가수 중에서도 부드러운 이미지 가수의 ’사랑해‘와 상남자 이미지 가수의 ’사랑해‘도 다를 것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작사한 사랑노래들을 사랑의 진행단계에 따라서 표로 보여주었다.
진짜 그 노래 순서대로 재생을 해보는데, 분명 다른 노래이고 다른 가수들이 다른 느낌으로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한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듯하다.
너무 재밌어서 계속 반복해서 듣기를 하다가 고막까지 아파왔다.


내맘대로 흘려보내다가 놓쳐버린 수많은 곡들에게 미안해지며, 이전에 많이 들었던 노래들을 소환해서, 이제 가사에 집중해봐야겠다.
일기나 소설이나 시의 다른 느낌도 좋았는데, ’가사‘라는 새로운 글쓰기 영역의 매력을 알아내다니 완전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