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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 글쓰기 좋은 주제 642

002 / 내가 먹어본 최악의 명절음식


002. 내가 먹어본 최악의 명절음식



사실 최악의 명절음식이라는 게 있을까 싶다.
어떤 음식이든 안 좋아하고 먹어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굳이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최악’이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몇 자 적어햐 한다면,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의무적’으로 차려지는 음식들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너무 많이 만들어져 버려지는 음식, 불필요하게 구색을 맞추기 위해 올려진 음식, ‘전통’이나 ‘예의’가 아닌 누군가에게 ‘고통’과 ‘피로’가 되는 음식 등 말이다.

(어느 명절에 친구의 시어머니는 새우 300마리를 가져오셨고, 새우튀김을 해서 동네방네 나눠 드셨다고 한다. 만드는 사람도 힘들고 받아먹은 사람도 불편한 이런 음식은 좀 거북하다. 세상의 시어머니를 욕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명절’과 ‘최악’을 연관 지으니 이런 게 먼저 생각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K드라마에 물든 K며느리라 그런가. )

사실 그냥 다 같은 음식인데, 앞에 ‘명절’이라는 게 붙으면서 살짝 반감을 갖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은, 이 주제를 가지고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썼을까 살펴보았을 때, 여성인지 남성인지, 기혼자인지 미혼자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고 하면 될까?
명절’이 모두에게 반가운 날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명절’을 뺀 ‘최악의 음식’은 뭘가 있을까?
사실 나는 진짜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안 먹으면 그만인 것이고, 소중한 식량에 그런 수식어는 붙이고 싶지 않으니까.
(당근, 오이, 호박 등 야채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안먹는 편이고, 식당에 가서 별로인 음식을 먹어도 절대 맛없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에서 ‘아 맛없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굴이 찡그려진다.)


우리 언니는 짜장면을 진짜 싫어한다. 학창 시절의 짜장면을 먹다가 체를 했는데, 사경을 헤맸던 그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렇게 됐다. 어느 겨울날이었는데, 반친구들 몇 명과 선생님께 엄청 혼이 나고, 이어서 선생님께서 짜장면을 사주셨다고 한다. 어지간히 혼나고 진장 된 상태라, 짜장면이 안 넘어갔다보다.
그래도 짬뽕이랑 탕수육은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인 것으로.


우리 남편은 어묵탕을 진짜 싫어한다. 언니와 같은 이유인데, 어릴 적 어묵탕을 먹고 거의 죽을뻔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어묵탕 냄새는 물론이거니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역한 내가 나서, 그날 식사는 모두 접어야 한다고 한다. 가끔 어묵탕이 드시고 싶었던 시부모님은 남편이 없는 날 어묵탕을 했는데, 이상하게 일찍 귀가한 남편은 그 어묵탕을 보고 몹시 서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어묵탕을 먹을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나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심하게 체하는 법이 없고, 살짝 체를 하더라도 그게 음식에 대한 거북함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그건 나의 mental과비위가 몹시 강해서겠지? 고맙다. 덕분에 맛난 거 많이 먹고 산다.